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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결산 ①]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나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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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09회 작성일 18-10-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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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One Team, One Spirit, One Goal).’

지난 6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슬로건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나 브라질 땅에서 한국 축구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출범 후 5개월이 지난 홍명보호가 이 슬로건 아래 묵묵하게 진일보했는지 짚어 볼 시점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홍명보호는 얼마나 단단해졌을까? 또 무엇이 발전했을까?

외적 분위기부터 휘어잡다

홍명보호 출범 5개월을 정리하기에 앞서 간략하게 그동안 A매치 결과를 짚겠다. 최강희 감독 체제로 임한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힘겹게 본선행을 따낸 A대표팀은 홍 감독 부임 후 11월 19일 UAE에서 벌어진 러시아전까지 총 10경기를 치러 3승 3무 4패를 기록했다. 데뷔 무대로 안방에서 치른 동아시안컵에서 2무 1패로 3위라는 다소 기대 이하 결과를 비롯, 출범 직후 치른 4경기에서 1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애먹었다. 브라질·크로아티아 등 한 수 위의 강팀을 상대로 경쟁력이 모자라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점차 정상궤도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특히 말리와 스위스를 상대로 출범 후 첫 2연승을 거두면서 홍 감독과 휘하의 선수들이 자신감과 대표팀이 향하는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소득이다.

대표팀이 안정 국면에 들어서는 과정에 있어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은 역시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다. 홍 감독은 운동장 밖과 안을 아우르는 대개혁을 실시했다. 경기 외적 부분을 먼저 언급하겠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마음가짐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홍 감독 부임 이전 대표팀은 내홍이라고 해도 될 만치 꽤나 어수선했다. 국내파와 해외파가 파벌로 나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고, 기성용(선더랜드·잉글랜드)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파문으로 그런 의혹이 그저 뜬구름 잡는 헛소문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 감독은 ‘원 팀’이라는 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이런 분위기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패션쇼를 연상케 하는 정장을 착용한 선수들의 파주 NFC(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정문 출입도 이 때문에 만들어진 규율이다. 선수들이 다 함께 정장을 착용하면서 하나된 모습을 보임은 물론이며 국가대표로서 긍지와 품격을 갖추라는 메시지였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겉치레만 강조한 게 아니다. 홍 감독은 “모든 부분에서 변화한 마음으로 파주 NFC에 들어오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속 팀에서는 에이스기에 혹은 누구나 선망하는 유럽파라는 부질없는 자부심으로 팀을 해한다면 가차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했다.

무조건 권위만 내세운 게 아니다. 홍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모두 정장을 입고 파주 NFC 정문 출입에 동참했다. 홍 감독은 이 규율이 시작된 이래 언제나 가장 먼저 파주 NFC에 들어와 훈련을 준비했다.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기 위해 기꺼이 낮은 자세를 취하니 선수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또한 그간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오던 취재진들의 취재에도 자유로운 메스를 대 정해진 시간에 믹스트존 같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소통하도록 했다. 이는 그간 불필요한 논란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던 대표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엄격하고 융통성 있던 선수 선발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면서 대표팀에 잡음이 제기됐던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의 엔트리 선발과 주전 기용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었다. 조광래 감독 시절에는 지나치게 유럽파와 베스트 일레븐에 치중한 듯한 팀 운영을 한다는 느낌을 줬고,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반대로 국내파 위주에 주전 라인업 변동도 제법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 선발과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긴 하나, 팀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존경과 이해도 구해야 한다. 두 감독은 이런 면에서 팀 장악 능력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게 사실이다.

이 두 감독의 뒤를 이은 홍 감독으로서는 휘하의 병졸들이 군말 없이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했다. “국내파와 유럽파를 가르는 시선은 옳지 않다”라며 홍 감독이 세운 대원칙은 두 가지다. 현재 소속 팀에서 꾸준히 출장하며 일정 수준의 경기 감각을 유지해야 하고,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가치를 입증할 만한 잠재성을 갖춘 선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두 조건을 모두 채우고도 SNS 파문으로 한동안 대표팀에 배제됐던 기성용을 제외하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이 기준을 명확하게 지켰다. K리그에서는 선발 당시 경기력이 최고조에 오른 선수들은 대개 한두 번쯤은 고루 홍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김동섭(성남)·하대성·고요한(이상 서울)·김승규(울산)·임상협(부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김승규는 부동의 입지를 자랑하던 수문장 정성룡을 밀어내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공격진이 지나치게 허약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그간 오래도록 신뢰 관계를 쌓았던 박주영(아스날·잉글랜드)을 단 한 번도 호출하지 않은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일이다. 홍 감독은 2013년 마지막 A매치였던 스위스·러시아 2연전을 앞두고 박주영 선발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번에 뽑은 어떤 선수보다 경험이 많은데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아는 선수”라고 호평하면서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소속 팀 경기 출전 여부가 문제다. 1월 이적 시장까지 지켜보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박주영이 이적 혹은 경기 출장을 통해 정상적 컨디션을 되찾길 바라는 배려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선수 선발 원칙에 대한 소신을 지키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흔들림 없는 이런 선수 선발 기준은 그간 국내파 혹은 유럽파로 양분시켜 바라보는 시각 탓에 바람 잘 날 없었던 대표팀의 분위기를 가라앉힌 원동력이 됐다.

지나치게 원칙에 휘둘려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모든 계획의 초점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얼마나 완성된 팀을 만들어 나갈지에 맞춰 소속 팀에서 다소 불충분한 출장 시간을 부여받고 있는 선수라도 필요하다면 주저 않고 뽑았다. 지동원(선더랜드·잉글랜드)·김보경(카디프 시티·웨일스)이 대표적 케이스다. 심지어 거의 버리다시피 한 듯한 선수도 다시 불러들인 경우도 있었다. 경기에 투입되면 공격이 단조로워진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뺐다가 재발탁한 김신욱(울산)이 그렇다. 김신욱이 단순히 공중볼만 강한 게 아니라 대표팀 전술에 녹아들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임을 K리그를 통해 입증하자, 홍 감독은 따로 미팅을 가지며 김신욱이 구심점이 된 공격 전술을 준비했다. 그 결과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7위(10월 기준) 스위스를 격파하며 올해 마지막 홈 A매치를 승리로 장식했다.



서서히 만들어지는 홍명보호

안팎으로 원칙과 기준을 통해 팀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출범 초기 지지부진했던 결과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실 7월 동아시안컵부터 9월 크로아티아전까지 홍 감독은 선수 기량 파악과 실험에만 집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7~8월 A매치를 통해 K리그 출신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검증한 후 자신의 안목을 충족시킨 선수를 추렸다. 9월 A매치에서는 유럽파를 합류시켜 조합에 대한 실험을 펼쳤다. 옥석이 어느 정도 추려지면서 브라질과 말리와 연거푸 붙었던 10월 A매치부터 본격적으로 승부에 임했다. 즉, 이제야 어느 정도 골격을 세운 상태다.

수비부터 짚는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부터 포백 라인을 고정해 네 경기를 치렀다. 홍 감독은 스위스전을 3-1로 꺾은 후 “개인적 실수로 실점했을 뿐 조직력 부분에서는 나무랄 데 없었다”라고 대단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포백은 조직력을 더하고 있으며 고질적 약점을 하나둘씩 극복하고 있다. 특히 9월 크로아티아전 이후 내리 세 경기 연속 세트 피스 상황에서 내준 실점이 스위스전을 통해 없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볼이 정지된 상황에서 실점한다는 건 수비수간 약속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인데 신체 조건상 우위인 스위스 선수들을 상대로 개선될 여지를 보인 것이다. 홍 감독도 이 점을 가장 만족스런 대목 중 하나로 꼽았다.

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 외적 이슈로 구설에 오른 기성용은 필드에서만큼은 왈가왈부가 필요 없을 만큼 복귀 후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공수의 연결 고리인 중원이 안정을 찾으면서, 홍 감독이 원하는 재빠른 공수 전환과 상대 진영에서 압박 후 역습 전개가 점차 이뤄지고 있다. 중원이 살아나자 덩달아 측면도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청용(볼튼·잉글랜드)은 A대표팀의 에이스로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다. 스위스전에서는 마치 박지성이 대표팀에 돌아온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였다. 주전 중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도 그렇지만, 브라질전에서 보듯 감독의 전술적 요구가 주어질 경우 거친 수비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희생적 플레이를 펼쳐 정말 믿음직하다. 좌측면에 자리한 손흥민(레버쿠젠·독일) 역시 홍명보호 출범 후 팀 내 최다 득점(3골)을 터뜨리는 등 중요한 공격 옵션으로 뿌리 내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골격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제점도 여전히 남아 있다. ▲ 주전 골키퍼 정성룡(수원)의 컨디션 저하에 따른 불안한 골문 ▲ 공격의 맥을 짚어야 할 공격형 미드필더의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 여전히 미진한 공격진의 화력은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력은 물론이며 팀원 간 융화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았던 대표팀이 점차 정상적 면모를 되찾고 있다는 점은 분명 희망적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한번 달아오르면 뜨겁게 끓어오르는 뚝배기처럼 홍명보호도 서서히 예열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나래를 펼칠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베스트일레븐 김태석 기자 / 2013. 11. 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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