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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지금 지는 건 괜찮다 … 내년 브라질 본선서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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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25회 작성일 18-10-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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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9개월 앞둔 홍명보 감독

우리가 활짝 웃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 두 번이다. 스페인과의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의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을 때, 그리고 지난해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었을 때. 그가 웃으면 한국 축구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이 아로새겨졌다. 내년 6월 브라질에서 그의 환한 미소를 다시 보길 갈망하는 이유다.

 홍명보(44). 그는 1년도 남지 않은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독이 든 성배를 너무 일찍 품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 월드컵 본선에는 코치들, 선수들, 스태프, 미디어, 팬 등등 모두가 함께 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취임 후 어떤 매체와도 단독 인터뷰를 하지 않은 홍 감독을 일간스포츠 창간 44주년을 맞아 어렵게 불러냈다.

 - 취임 후 석 달이 지났네요. A대표팀 감독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죠?

 “올림픽팀 감독 시절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압박감’이죠. A매치는 내용 못지 않게 결과가 중요하고, 그밖에 신경 쓸 요소도 많아요. 우리 팀의 일거수일투족이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언론에 노출된다는 점도 아직은 낯설어요. 제가 대표팀을 맡은 뒤에 아직 한 번(1승2무3패)밖에 못 이겼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급해 하다가 더 중요한 걸 놓칠까봐 겁이 나죠.”

 - A매치에서 진다는 건 어떤 느낌입니까.

 “확실히 그 단어(A매치)가 주는 무게감이 달라요. 팬 여러분께 가장 먼저 죄송하죠. 하지만 우리는 정해진 계획을 따라 걸어가고 있어요. 다음 달에도 브라질(12일·서울월드컵경기장)·말리(15일·천안종합운동장) 등 강팀과 만나지만, 지금 지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조직력이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대체로 만족합니다.”

여론 따라 선수 뽑진 않을 것

 - 기성용·지동원(이상 선덜랜드),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 박주영(아스널)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주영이는 영국 출장 중에 직접 만나보니 허벅지를 다쳐서 한동안 훈련을 못 했더군요. 최근에야 팀 훈련에 참여했어요. 어려운 상황이지만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죠. 최대한 빨리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동원이나 석영이는 어차피 지금이 도전이에요. 작은 실패를 겪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좋은 경험이 돼요. 언제든 출전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걸 놓치지 말아야겠죠. 성용이는 주전으로는 꾸준히 뛸 것 같은데, 새 팀에 빨리 적응하는 게 먼저겠고요.”

 - 박지성(32·에인트호번)이 대표팀에 돌아올 가능성, 정말 없습니까.

 “그 선수가 꼭 필요하면 언제든 당연히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수 있죠. 하지만 그저 여론에 따라 선수를 뽑는 건 아닌 것 같고, 같은 포지션에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그런 점도 감안해야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꼭 데려와야 한다는 판단이 들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 도중 홍 감독에게 ‘세계 축구 베스트일레븐’ 선정을 부탁했다. 시대와 연령을 초월해 뽑아달라고 했지만 그는 “나와 함께 뛴 선수들이라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홍명보의 축구인생 베스트일레븐’을 구성했다.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그린 홍 감독의 선수 지도에는 박지성이 오른쪽 날개로 이름을 올렸다. “운동량과 팀 기여도에서 이 만한 선수를 다시 찾기 어렵다”는 게 홍 감독의 설명이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정독 중

 - 스포츠계의 대표적인 포커페이스인데요.

  “일부러 웃음을 참거나 하진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라 쓸데없이 진지한 건 있었죠. 일할 땐 아무래도 집중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네요. 감정이 메마른 건 절대 아닙니다. 저도 웃을 땐 확실히 웃잖아요.”

 - 하루 종일 축구 생각만 할 것 같습니다.

 “음, 정반대인데. 꼭 필요할 때만 집중해서 짧게 고민하는 편이죠. 영화엔 관심이 없고, 신문과 책은 열심히 읽습니다. 요즘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정독하고 있죠.”

선수들 어떤 방식으로 존중할지 고민

 홍 감독은 매일 신문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살핀다. 스포츠를 비롯해 정치·사회·문화 등은 글자 하나까지 꼼꼼히 읽지만, 경제면은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돈이나 숫자 이야기는 유난히 정이 안 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 당시 어린 선수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걸그룹의 노래를 일부러 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A대표팀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있는데, 어떤 노력을 하는지.

 “선수들을 어떤 방식으로 존중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스무 살 무렵에 나랑 함께했던 선수들도 지금은 어엿한 성인 국가대표가 됐잖아요. 경기장과 훈련장에서는 내 선수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그밖에는 자율적인 의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봐요.”

 - 월드컵 이 9개월 남았는데 피하고 싶은 팀은.

 “(잠깐 망설이다가) 브라질과 독일은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브라질은 경기력도 세계적인 수준인데다 개최국 어드밴티지까지 있잖아요. 독일은 최근 상승세가 무서운 팀이고요.

중앙일보 송지훈 기자 / 2013. 09. 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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