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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게 묻는다 ①] 홍명보 감독 “포상금 나누자고? 소주 살게 마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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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44회 작성일 18-10-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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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43)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중요한 도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7월 말에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에서 우리 축구대표팀을 사상 처음으로 메달권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다. 2009년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시작한 도전이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간 키워낸 선수들 중 최정예 18명을 추려 마지막 담금질에 나서는 것 뿐이다.

시간 단위로 스케쥴을 쪼개 전국을 누비는 강행군 속에서도 홍 감독은 일간스포츠의 만남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지인들이 던진 질문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때로는 폭소를 터뜨렸고, 때로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신중하게 입을 뗐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그의 눈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그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이젠 우리 선수들을 믿는 것만 남았으니 걱정할 일이 없다"는 홍 감독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태용(성남 일화 감독·1995년 코리아컵 대표팀 룸메이트)

-형, 다음 달에 런던올림픽 예비엔트리 35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성남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누구 이야기인지 알 것 같은데. 포함돼 있으니 걱정마라. 하지만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고 본선에 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라고 전해.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줄 거니까."

성남 선수들 중에는 미드필더 윤빛가람, 측면수비수 홍철 등이 올림픽대표팀 명단에 오른 경험이 있다.

-저는 형이 반드시 금메달을 따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만약 금메달을 따면 이렇게 착한 후배를 위해 어떤 선물을 사다주실 건가요.

"금메달을 딸 수만 있다면 뭘 못해주겠니.(웃음) 1번부터 10번까지 리스트를 정해서 줘라. 그 중에 내가 좋은 걸로 한 가지 골라서 꼭 줄게."


▶최강희(축구대표팀 감독)

-홍 감독과는 최근에 한 번 만나기도 했고, 전화 통화도 자주 하고 있어서 나는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데.(웃음) 대신 이 질문으로 합시다. 홍 감독, 나한테 궁금한 게 뭐요? 이런 질문, 여지껏 아무도 한 적 없지요?

"감독님, 경기 중에 도대체 왜 안 웃으세요? 감독님께서 쿠웨이트전에서 웃지 않으신 덕분에 저는 '안 웃는 감독' 리스트에서 해방됐답니다. 너무 고마워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최강희 감독은 2월 열린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3차예선 경기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해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 '안면 마비가 온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최 감독 이전에는 홍 감독이 '안 웃는 감독'의 대명사였다.


▶김호곤(울산 현대 감독·2004년 아테네올림픽 사령탑)

- 부족한 부분을 와일드카드로 잘 보완해서 최상의 전력으로 메달 사냥에 나서길 바란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데, 자신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진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메달을 위해 제가 가진 것을 다 바치겠다는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제 능력 안에서 후회가 남지 않게 모든 것을 불태울 생각입니다."


▶황선홍(포항 스틸러스 감독·절친 중의 절친)

-명보야. 너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구나. 부담 주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올림픽에서 반드시 성공해서 축구 붐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 잘 할 수 있지.

"우리는 모두 축구인들 아니겠니. 축구 덕분에 너와 나 모두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까지 왔고 말야. K-리그 붐업은 나와는 다른 파트의 일이지만, 만약에 그게 내 몫이고 나도 책임져야 할 숙제라면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고 싶구나. 정말 잘 하고 싶어. 응원해줘라."


▶안정환(K-리그 명예 홍보팀장. 2002월드컵 멤버)

-명보 형, 올림픽에서 메달 따서 포상금 받으면 저랑 나누는 것 어때요? 메달 따면 형이 소주 사시고, 혹시 못 따면 제가 살게요. 오케이?

"그래 나누지 뭐. 포상금 얼마 안 되는 것 같던데. (금메달을 딸 경우 감독 포상금이 2억원이라고 알려주자) 아, 그래요? 모르고 있었는데.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며) 음, 정환아. 우리 마음만 나누는 걸로 하자. 대신 소주는 무조건 내가 살게.(웃음)"

올림픽 팀은 금메달을 딸 경우 총액 31억원,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21억4,000만원과 15억2,000만원을 받는다. 이 중 감독에겐 메달 색깔에 따라 2억원(금), 1억5,000만원(은), 1억원(동)이 돌아간다.


▶김병지(절친한 후배 겸 홍명보장학재단 감사)

-형, 올림픽대표팀 조련하시느라 고생이 많죠. 제가 봐도 탐나는 선수가 많더군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우리 경남과 잘 어울리는 올림픽팀 선수 추천 좀 해줄 수 있을까요. 기왕이면 포지션별로 한 명 이상요. 물론 골키퍼는 빼고요. 하하하.

"경남에는 (윤)일록이도 있는데 뭘 더 욕심 내고 그래. 솔직히 난 개인적으로 지금 일본에서 뛰고 있는 모든 올림픽팀 선수들이 K-리그로 건너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 요즘 경남이 골이 좀 부족한 것 같던데 골 잘 넣는 (김)보경이가 딱인 것 같은데. (백)성동이도 요즘 컨디션이 좋고 말야. 난 분명히 추천했으니 구단에 이야기해서 꼭 다 데려가거라. 근데 좀 비쌀 거다."


▶김보경(홍명보의 애제자 중 한 명. 최근 절정의 경기력)

-선수 시절에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과 감독으로 준비하는 마음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무래도 시선의 넓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선수 시절에는 '나'가 중요했지. 내 경기력이 팀에 어떻게 기여할 지를 제일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를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떤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지 고민해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지도자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너도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홍정호(제2의 홍명보. 현재 부상 재활 중)

-감독님께서도 2002월드컵을 앞두고 부상 때문에 잠시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면서 고생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힘드셨을 텐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견디셨는지요. 그리고 재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솔직히 말하면, 다쳤을 때 기분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었어.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면서 쉬지 않고 뛰다보니 너무 힘들었거든. 다치는 바람에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지. 참고로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려면 가급적 훈련장에서 동료 선수들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구나. 그라운드를 뛰는 동료를 보면 스트레스도 쌓이고 미안하기도 하고 감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거든. 혼자 재활하는 게 힘들 수도 있겠지만, 뛰는 동료를 보며 느끼는 좌절감을 줄이는 것도 꽤 중요하단다. 그래서 나는 팀이 오전에 훈련하면 일부러 오후에 그라운드에 나가서 재활하는 방법을 썼지. 그런데 너 빨리 나아라. 필요하니까."

일간스포츠 송지훈 기자 / 2012. 05. 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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