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추천 도서
-전설의 리더, 보
1969년 미국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으로 부임 후 1989년 은퇴하기까지 20여 년간 234승, 승률 85%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운 보 스켐베클러의 이야기. 항상 ‘팀이 전부다’라고 외쳤던 그의 리더십과 자기관리의 비결을 소개한다.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
이순신은 철저한 낙관주의자였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던 이순신이 어떻게 방황과 시련을 겪으며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학습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축구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게임입니다. ‘생각의 속도’가 늦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청소년, 유소년 축구선수들에게 늘 책을 선물하곤 한다. ‘책을 읽는 것은 미래의 삶에 대한 대비일 뿐 아니라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르느라 바쁜 요즘도 그는 가방에 책을 한두 권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읽는다.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축구선수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선수들은 언제 부상이 닥쳐 선수생활을 그만둘지도 모르고, 잘해도 30대 중반이면 은퇴합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운동선수들은 책을 통해 교양과 지식, 간접경험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제 경우 고교 시절 코치 선생님이 ‘천자문을 10번씩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신 덕분에 지금도 한자를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게 고맙습니다.”
―‘책을 읽어야 축구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의 뜻은….
“현대축구는 그야말로 ‘콤팩트(compact)한 전쟁’입니다. 드리블하면서 볼을 끌 시간이 없지요. ‘얼마나 빠르게 결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해서 실행하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90분간 생각하는 축구를 하려면 ‘축구지능’을 키워야 합니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운동장 훈련 외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머릿속에서 갖가지 상황 설정을 해보면서 상상훈련을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플레이라면 이미 통하지 않는다. 상대의 생각을 뒤집을 수 있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책을 읽을수록 커진다”고 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계기가 있나.
“1997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벨마레 히라쓰카에서 뛸 때였습니다. 팀 동료인 일본 국가대표 나카타 히데토시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진출 꿈을 안고 늘 이탈리아 관련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미국 LA갤럭시에서도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 전에 커피숍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더군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 핌 베어벡 코치와 함께 해외원정을 갈 때마다 책을 읽는 것을 보며 저도 자연스레 독서하는 습관이 배었습니다.”
―어떤 책을 주로 읽는가.
“지도자로서 리더십, 소통의 기술, 심리학 분야의 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리더십 관련 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리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쓴 책은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이 생생히 담긴 책을 좋아합니다.”
홍 감독은 ‘책의 향기’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전설의 리더, 보’(서돌),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를 꼽았다.
“‘전설의 리더, 보’는 미국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 보 스켐베클러의 이야기입니다. 지인이 선물해준 책인데, 제가 국가대표팀 운영에 절대적인 모델로 삼고 있는 책입니다. 보 감독은 개개인의 선수보다 팀을 우선시하고, 모든 사람을 팀의 일원으로 대해주는 리더십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선수들이 저를 ‘보’라고 불러 더 친근감이 갑니다(웃음). ‘나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는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지금 현재의 제 상황에 잘 맞는 책이죠. 특히 ‘내겐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말은 제게 정말 필요한 긍정적 마인드입니다. 올림픽대표팀에도 현재 해외진출, 부상으로 주전이 많이 빠진 상태인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팀 전력을 유지할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 U-20 대표팀, 아시아 경기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젊은 선수들과 함께해 온 그는 ‘소통의 기술’을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축구는 25명이 하는 팀스포츠입니다. 감독으로서 사실 선발 출전하는 11명의 선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격려해 주느냐 하는 겁니다. 만일 후보선수들이 서운하게 생각해 분위기가 깨지면 그 팀은 절대 한 팀이 될 수 없습니다. 축구는 ‘단합된 팀’이 힘을 발휘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홍 감독은 2002년 월드컵대표팀에서도 주장으로서 김병지 이민성 등 벤치를 지키던 선수를 꼼꼼히 챙겼다. 그가 후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또 하나는 ‘인성(人性)’이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성과 교양이 없으면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홍 감독이 이사장인 홍명보장학재단은 국민독서문화진흥회와 함께 올해부터 3년간 전국 초중고교 축구선수들에게 매년 1000권씩 책을 보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전승훈 기자 /2011. 10. 22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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