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보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킥을 성공시키고 함박웃음을 지은 뒤 보인 또 다른 모습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벗어던졌다.
주장 구자철과 수비수 홍정호(이상 제주)는 '인간 홍명보'를 말했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28일 전북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른 구자철은 홍 감독 얘기를 하자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 지는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구자철은 홍 감독의 눈물에 대해 "많이 놀랐다. '감독님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을 앞두고 처음 마주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고 했다. 그때만해도 홍명호라는 이름에 주눅이 들었지만 지금은 정반대라고 했다. 슬플 때 함께 슬퍼하고 기쁠 때 같이 웃는 감독이라고 했다. 선수 눈높이에서 호흡하는 지도자라고 홍 감독을 정의했다.
구자철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간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신뢰를 깨기 싫어서 한 발 더 뛰었다. 비록 원하던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이런 행복한 대표팀에서 뛸 수 있었다는 게 기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구자철은 또 "(박)주영이 형이 '이제 군대가야하지만, 군대에서든 어디를 가든 이번 대표팀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잊지말라'고 하더라. 홍 감독님이 만들어준 소중한 추억이다"고 했다.
홍정호도 그날의 추억이 물밀듯 밀려오는지 순간 입술이 떨렸다.
그는 "밖에서는 홍 감독님을 무뚝뚝하다고 하는데 같이 있으면 편하다. 아빠같기도 하다. 눈물도 참 많으신 분이다"면서 "부도 명예도 주어지지 않은 3-4위전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보이신 것 같다. 개인이 아닌 서로를 위해 뛰게 만드신 분이다"고 했다.
홍정호는 또 "며칠 전 일이지만 벌써 감독님이 보고 싶다.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서는 감독님이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 홍명보, 인간 홍명보는 그렇게 어린 선수들을 통솔하고 있었다.
한편 홍 감독은 P급(Professional)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29일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