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당초부터 있었습니다. 이제 내년 런던에서 꽃을 피워야죠.” 신묘년을 맞는 홍명보(42)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가슴은 지난 2년 동안 준비했던 ‘리허설’을 끝내고 본무대에 도전한다는 설레임과 각오로 가득 차 있었다. 2009년 출범했던 ‘홍명보호’는 그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고. 지난해 21세 위주로 참가했던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이제 오는 6월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을 시작으로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진짜 목표’를 향한 대장정이 막을 올린다. 광저우에서 귀국한 뒤 숨돌릴 틈도 없이 파주NFC에서 진행된 지도자 P(최고과정) 라이센스 강습회에 참여했고 성탄전에 열렸던 홍명보재단 자선경기를 마치고 나니 한해가 저물었다. 새해에는 김태영 코치 등과 함께 카타르 도하로 가서 아시안컵을 참관하면서 아시아축구의 최신 흐름을 직접 느낄 예정이다. 홈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신년 인터뷰에서 지난 일의 교훈과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했다.
◇광저우의 경험. 좌절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홍 감독에게 광저우에서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지도자로서의 첫 좌절이 아니냐’고 짓궂게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차분했다. 그는 “(금메달이라는)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팬들에게 미안하지만 실패 자체가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문제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23세 이하로 팀을 꾸릴 수도 있었지만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21세 이하 연령대로 출전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봤다. 만일 23세 이하로 나가서 (금메달을 못 따는)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너무나 값진 경험을 했다. 이제야말로 준비된 팀이 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부터 함께 했던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과 더욱 일체감을 쌓아오는 과정이 됐다는 의미였다. 홍 감독은 “이 친구들을 키운 것은 해당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이고 나는 대표팀에 빌려 썼을 뿐이다. 하지만 나도 이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이들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축구에서 한 감독 아래서 같은 연령대의 선수가 청소년월드컵~아시안게임~올림픽을 연이어 출전하는 것은 ‘홍명보호’가 처음이다. “광저우에서 어린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놓쳤던 아쉬움을 런던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서)푼다면 스토리가 완성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홍 감독은 그냥 씩 웃었다.
본인 기사에 댓글놀이 "나 흥했음" 남북 뛰어넘는 칭찬릴레이 '훈훈' 현빈 츄리닝 만든 이태리장인 발견 ◇홍명보호. 치밀한 준비와 여건 사이에서 고민하다
새해를 시작하는 ‘홍명보호’의 기상도는 맑지만은 않다. 우선 지난 연말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과 서정원 코치의 ‘이적’을 놓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홍 감독은 “다 지난 일이다. 서정원 코치가 (마음을)정했고 그 의견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후임 공격코치로 박건하 수원 2군 코치를 영입해 코칭스태프를 재정비했다. 훈련 스케줄도 마땅치 않다. 오는 6월 올림픽 아시아 예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적당한 훈련 시간조차 잡기 쉽지 않다. 1월 내내 대표팀이 참가하는 아시안컵이 열리고 2월 각 프로팀의 해외 전지훈련이 예정돼 동계훈련은 언감생심이다. 자칫하면 5개월여를 ‘개점 휴업’ 상태로 있을 판이다. 홍 감독은 최소한의 훈련 시간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묘책’을 짜내기 위해 고민이 깊다. “6월 이전이라도 훈련 시간을 얻어내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일정을 협의 중이다. 6월에는 3차례(1.4.7일) A매치 일정이 잡혀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올림픽팀 평가전으로 쓰는 방안을 대한축구협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일본올림픽팀이 동계 전지훈련을 중동에서 진행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홍 감독의 마음이 조급해 질 법도 하다. 그는 “올림픽 출전 연령대의 국내 선수들 데이터 베이스를 완전히 구축해 놓았지만 현재로 보면 이집트~광저우 멤버가 역시 주축을 이룰 것 같다”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팀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겠지만 협회와 연맹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8시간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그래서 홍 감독은 일명 ‘48시간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A매치의 경우 보통 경기 전 48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훈련 시간이 많지 않은 대표팀 감독은 과연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바로 ‘48시간 매니지먼트’다. 홍 감독은 “48시간이라면 훈련 두번 하고 경기에 나간다는 말이다. 이틀 동안 대표팀이 선수들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매일 24시간을 함께 하는 소속팀도 못하는 일 아닌가”라며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컨디션을 체크하고. 심리상태를 살피며 수비 조직력과 전술에 대한 점검을 하는 것이 주어진 시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명보호’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경기 당일 아침 미팅 시간에 자신이 직접 파워포인트로 정리한 그날 경기의 테마를 공유하는 것도 ‘48시간 매니지먼트’의 핵심 중 하나다. 그는 광저우아시안게임 16강 중국전 때는 ‘간절함’을. 4강 UAE전때는 ‘처음 공을 찰 때의 동심’을 각각 테마로 내세웠다. 런던을 향하는 대장정 속에서도 ‘감동을 주는 스토리를 만드는 팀이 되자’는 테마는 분명하다. 홍명보는 축구팀 감독(coach)이자 멋진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감독(director)으로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