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이 아닌 배구 코트에서 땀을 흘린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웃음을 지었다. 그가 ‘갈색폭격기’ 신진식 KBSN 해설위원의 강타를 두 차례 연속 몸을 날려 걷어 올리자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2500명 관중들이 일제히 “홍명보”를 외쳤다.
본 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벤트였다.
코트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한국 스포츠를 쥐락펴락했던 전설적인 스타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 특설코트에서 열린 2010∼2011 프로배구 남자부 올스타전 이벤트 경기로 프로스포츠 스타와 배구 올드스타의 9인제 혼합경기가 열렸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전설’이란 말이 무색치 않다.
최종국 전 남자팀 감독과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K스타 팀에는 올림픽팀 홍 감독과 김태영 코치를 비롯해 프로농구 SK나이츠 문경은 코치가 포함됐다. 배구인으로는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과 우리캐피탈 박희상 감독, 왕년의 월드스타 김세진 KBS 해설위원 등이 포진했다.
이에 맞서는 V스타 팀도 만만찮았다.
진준택 전 남자팀 감독과 프로야구 전 LG트윈스 김재박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얼마 전 은퇴한 양준혁 SBS 해설위원 그리고 신진식 위원의 모습이 보였다.
여간해서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스타들이 총출동한 데는 스포츠 계 마당발인 한국배구연맹 박상설 사무총장의 공이 컸다. 그는 프로축구 사무국장 시절 친분이 있던 이회택 부회장과 홍명보 감독에게 참가를 부탁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없으면 지인들을 활용했다.
지금은 배가 나오고 움직임이 둔해진 은퇴선수들이지만 승부욕은 여전했다.
초반 화기애애하던 경기 분위기는 갈수록 진지해졌다. 특히 배구인들의 기 싸움이 팽팽했다. K스타 김세진 위원은 초반 두 차례 스파이크를 실수하더니 이내 연달아 강타를 꽂아 넣었다. 그러자 V스타 김상우 LIG손해보험 감독도 맞받아쳤고, 이를 ‘배구도사’ 박희상 감독이 받아냈다.
압권은 세트 막판이었다.
신진식 위원의 회심의 두 차례 강타가 모두 홍명보 감독에게 막히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후 실수를 만회하려 한 게 오히려 독이 됐다. 24-24 듀스에서 신 위원이 두 번 연속 스파이크를 때렸으나 모두 블로킹에 걸렸다. 결국 K스타가 26-24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나도 자선경기 때 여러 스포츠 인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비 시즌 때 이렇게 참가하니 보람되고 재미 있었다”고 밝혔다. 양준혁 위원은 “배구가 야구보다 훨씬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모든 스포츠가 이렇게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