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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FRICA 2010] [홍명보의 '남아공 메일'] "한국 주무기는 결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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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75회 작성일 18-10-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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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승리(1대0)해 16강을 확정하고 나서 동료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대표팀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나"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맛으로 밥을 먹은 것이 아니라 뛰기 위해 먹었다는 표현이 옳았다. 월드컵이란 밥맛이 사라지게 할 정도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대회이다.

이제 16강에 진출한 후배 선수들도 그때 우리처럼 남아공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했을 것으로 믿는다. 지난 1954년부터 56년간이나 이루지 못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뤘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후배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23일 열린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는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조마조마했다. 2―1로 앞서다가 페널티킥을 내주고 동점이 된 뒤부터는 정말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왠지 한국이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건 선수출신으로서의 직감(直感)이다. 선수들의 투지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이곳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놀라운 결속력으로 뭉쳐 있었다. 이것이 한국 축구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루과이는 내가 대표선수였던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E조에서 만난 일이 있다. 당시 E조에는 스페인과 벨기에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들이 우루과이보다는 강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미 쪽은 유럽보다 우리가 상대하기 편한 면이 있다. 우리에게도 그들 못지않은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기술의 열세를 만회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루과이의 포를란을 비롯한 공격수들은 세계 정상권이라고 봐야 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틈바구니에서 예선을 통과한 만큼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번 대회를 봐도 우루과이는 남미팀답지 않게 수비의 조직력이 좋았고, 특히 공수 전환은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후배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경기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자는 운동장에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부담이 없어진 만큼 마음껏 자기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공격하면 역습의 카운터 펀치를 맞을 가능성도 크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신 있게 우리의 경기를 하면 어떤 놀라운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나이지리아전처럼 팀이 하나로 뭉쳐 전진한다면 한국은 또 다른 월드컵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 2010. 6. 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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