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 인터뷰] 홍명보, '대표팀 사령탑 고사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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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709회 작성일 18-10-18 12:32본문
풀벌레와 산새들의 합창에 귓가가 생동한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지만 우렁찬 계곡 물소리에 무더위가 달아난다.
이름모를 깔딱 고개를 넘을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그와 함께 한 산행은 행복이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 길에는 '새로운 희망의 꽃'이 활짝 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축제는 끝났다. 끝은 곧 시작을 의미한다. 4년 후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월드컵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세대교체는 숙명이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그의 어깨가 무겁다. 24년 만에 금메달 탈환을 노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2010년 11월)과 2년 앞으로 다가 온 런던올림픽(2012년 7~8월)은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23세 이하 선수들을 발전시켜 다음 월드컵을 대비해야 한다.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그의 시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그는 지난해 지도자서도 성공시대를 열었다. 국제 무대 데뷔전인 이집트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서 8강 신화로 화답했다.
14일 속리산 문장대를 등반하며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1)과 하루를 보냈다. 그는 24일 첫 문을 여는 MBC LIFE '엄홍길의 산중인연'의 세 번째 명사로 초대받아 이날 녹화를 했다. 홍 감독은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엄홍길 대장과 2년 전 설악산과 에베레스트를 함께 등정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촬영 중 짬이 날 때마다 홍 감독에게 한국 축구의 길을 물었다. 역사속으로 사라진 남아공월드컵에 대한 소회와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사상 첫 원정 16강 후배들 2002년 4강 전력 보다 우수
정성룡 가장 눈에 띄는 선수 A대표 감독 아직 때가 아닐뿐…
엄홍길 대장과 등반 프로 촬영 현지서 본 그리스전 너무 떨렸다
박지성 충분히 더 뛸수 있는 나이 '경험-나이 어려 안된다'동의 못해
◇2010년 남아공월드컵
홍 감독은 월드컵의 대명사다. 21세때 처음으로 월드컵과 만났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이다. 이후 1994년 미국, 1998 프랑스월드컵, 2002년 한-일월드컵 등 4회 연속 출전했다. 4강 신화는 유종의 미였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코치로 변신, 5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남아공 대회는 무려 20년 만에 밖에서 본 월드컵이었다. 홍 감독은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만 현장에서 지켜봤다.
-밖에서 본 월드컵은 어땠나.
▶다소 낯설었지만 솔직히 맨 처음은 좋았다. 홀가분했다. 하지만 그리스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 떨리더라. 높은 곳에서 벤치와 그라운드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면서 지나간 월드컵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후배와 제자들이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뤘는데.
▶자랑스럽다. 4강 신화는 홈에서 이룬 결과다. 원정 환경은 또 다르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필두로 16강 진출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진용을 비교하면 어느 팀이 더 강한가.
▶2010년 팀이 더 강하다. 우선 월드컵 경험이 많다. (박)지성이와 (이)영표 등은 이번이 세번째 월드컵이다. 유럽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조직력은 2002년이 더 강할지 모르지만 공격력과 전체적인 기량은 이번 진용이 훨씬 우수하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누구였나.
▶이청용과 기성용의 경우 또래보다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그래도 가장 인상에 남는 선수는 정성룡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첫 경험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기 몫을 다해줬다.
-이동국에게 '월드컵은 끝났지만 축구인생은 계속된다'는 격려 문자를 보냈는데.
▶포항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할 때 새까만 후배였다. 월드컵에서 팬들의 질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끝이 아니다. 월드컵은 끝났을지 몰라도 축구는 계속된다. 더 좋은 마무리를 하라는 차원에서 문자를 보냈다. 이동국과 마찬가지로 (이)운재와 (안)정환이도 마무리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 둘 또한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수비 문제점이 또 다시 현실이 됐다.
▶우루과이전은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우리나라 축구는 기형적이다. 어릴 때부터 못하는 선수에게 주로 수비를 맡긴다.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는 더 잘하는 선수에게 수비를 맡겨야 하는데.... 어쨌든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수비 중 한 명이라도 해외 경험을 쌓아야 한다.
-4강 신화를 이룰 때 강력한 카리스마가 화제였다. 주장 박지성의 리더십과 상반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는 모르지만 겉으로 느낀 결과 박지성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과 신뢰가 대단했다. 성격이 강해서 그렇게 느낄지 모르지만 나 또한 강함과 부드러움을 섞어 선수들을 이끌었다. 지성이도 그랬지만 주장의 솔선수범도 중요하다.
-박지성이 이번 월드컵이 끝이라고 했는데.
▶충분히 뛸 수 있는 나이다. 물론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차기 A대표팀 사령탑의 유력한 후보였다. 고사한 이유는.
▶주위에서 경험과 나이가 어려서 안 된다는 지적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감독직을 맡아도 부담은 없다. 하지만 현재 나의 임무는 A대표팀이 아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르는 것이 내 임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홍 감독은 한국-말레이시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친선경기를 위해 19일 23세 이하 선수들을 소집한다. 23일 출국, 25일 현지에서 일전을 치른다. 또 11월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한창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아시안게임의 목표는.
▶아시안게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금메달이다. 또 하나 금메달의 선물로 병역 혜택을 많이 거론하는데 이것이 주가 되서는 안 된다. 선수들에게 국가에 대한 헌신을 먼저 얘기할 것이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유럽파 차출이 어려운데.
▶기성용은 뛸 수 있는 나이다. 그 또한 뛰고 싶어한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차출을 강요할 수 없다.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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