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명보 "네덜란드식 조직력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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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118회 작성일 18-10-18 15:54본문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팀과 조화가 고민" 홍명보(41)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도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지난해 2월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 감독에 오르며 처음 지휘봉을 잡은 그는 U-20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데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도 변신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감독으로서 능력을 본격적으로 시험받게 될 그를 25일 열린 말레이시아 친선전을 전후로 만나 감독으로서 고민과 앞으로 목표 등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첫 `장외' 월드컵.."생각보다 더 떨려" 21살 때인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처음 `꿈의 무대'를 밟은 홍명보 감독은 모두 4차례의 대회를 선수로서,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코치로 경험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은 그에게 20년 만에 처음으로 관중석에서 지켜본 `장외' 대회. 홀가분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짐작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더 떨렸다"였다. 그는 "남아공 현장에서는 한국 조별리그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봤는데 생각보다 이상하게 긴장이 많이 됐다"며 "관중석에 있는데도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가 어떤 마음인지 잘 알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적인 팀으로는 네덜란드를 꼽았다. 그는 "스페인이 개인 테크닉과 조직력으로 압도하는 경기를 했는데 네덜란드도 굉장히 잘했다. 절제돼 있는 팀이었고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내 경기를 조율해가는 방법들이 아주 좋았다"며 "네덜란드 감독 밑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서인지 그분들이 추구했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와 둥가 등 스타 선수 출신 감독을 비롯해 각국을 대표하는 명장들의 지도 스타일도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자기 의사표현에 거리낌이 없는 마라도나 감독 같은 경우도 있지만 나는 일부러 나서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면서도 "경기 흐름상 중요한 시점에 벤치 앞에 나가서 뭘 얘기해야 할지, 그 타이밍은 어떻게 잡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말했다. ◇"우리 팀 색깔? 절제 속의 창의성" 얘기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세계 축구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구현한 `토털 사커'와 이를 각자의 방식으로 계승한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스스로 네덜란드 출신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던 홍 감독의 축구 스타일도 이같은 `대세'와 흡사하다. 올림픽 대표팀이 지향하는 바를 `굳건한 수비 기반 위에 다채로운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축구'로 정리한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키워드로 `절제'와 `창의성'을 제시했다. 최근 축구 A대표팀 새 사령탑이 된 조광래 감독도 넓게 보면 비슷한 범주에 속하지만 조 감독이 `더 아름답고 세련된 축구'를 추구하겠다고 밝힌 데에 비하면 홍 감독은 일사불란한 조직력에 좀 더 무게중심을 실었다. 홍 감독은 "기본적으로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축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술적으로는 항상 통제돼 있어야 한다"며 "절제된 가운데에서도 그 안에서는 창의성 넘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팀과 조화가 중요" `절제'와 `통제'를 강조한 홍 감독답게 아시안게임에 나설 팀 구성과 23세 이상 선수 3명 와일드카드 선발에서도 팀내 조화를 우선시했다. 말레이시아와 친선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팀을 위해 희생할 선수인지를 먼저 보겠다"고 했던 홍 감독은 "이름까지 거론할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한두 명은 생각을 해놓았다. 다만 팀과 조화를 고려해 1안부터 3안까지 여러 방안을 놓고 생각중이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미 아시안게임에서 21세 전후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나가겠다고 공언한 상황. 이들의 기량을 끌어올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물론 나아가 A대표팀의 기둥으로 키워내고자 하는 욕심에서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데려왔을 때 자칫 신예들이 발전할 기회를 막을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고민거리다. 홍 감독은 "K-리그 용병 선수들이 센터포워드를 도맡는 바람에 한국 선수가 그 포지션에서 자리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자칫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공격ㆍ수비에서 확실한 해결사가 와서 모든 문제를 없애 준다면 좋겠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팀인 만큼 어린 선수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감독, 어렵지만 재미도 쏠쏠..개방적 리더십 추구" 선수로서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으로 변신 중인 그에게 감독의 자리는 `어렵지만 행복한' 임무다. 홍 감독은 "선수와 감독 둘 다 해보니 아무래도 감독의 역할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더라"며 "선수야 경기하면서 (잘못한 것도) 잊을 수 있지만 감독은 90분 내내 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니 속이 탈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경기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은 점점 빨리 흐르는데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멤버 교체와 약간의 지시 뿐이라 답답하다"며 "하지만 승리할 때나 선수가 골을 넣은 순간은 감독으로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통쾌함이 있다"고 말했다. 배우는 속도가 빠른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다는 홍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거리낌 없이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데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은 확실히 예전보다 낫다"면서 "일부러 그런 면을 더 이끌어내려고 선수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의견을 물어도 소극적이던 선수들도 공 감독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면서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게 됐다. 한번은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라'고 했더니 정말로 `모르겠는데요' 라고 답해 그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대답을 잘 하라고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 `모른다'고 말해 솔직히 놀랐다. 예전 같으면 혼날까봐 그렇게 대답하지 못했을 텐데 확실히 어린 친구들이 다르더라"라고 웃으면서도 "모르면 모른다고 자유롭게 답해야 감독과 코치진이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 미래 설계가 임무..올림픽 메달권 목표" 홍 감독은 인터뷰 내내 `발전해가는 선수', `어린 선수 키우기', `미래의 대표팀' 등 앞날을 내다보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신의 핵심 임무는 선수 발굴과 육성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A대표팀 감독 인선 과정에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을 때 일찌감치 고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이름이 오른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럽지만 어린 선수를 발전시켜 한국 축구의 뿌리를 강하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감독으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애정이 많다. 이 선수들과 2년 후 올림픽에서도 열심히 하겠다는 목표를 스스로 설정해 놨기 때문에 솔직히 A대표팀 감독직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하겠다는 그는 2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도 "당연히 목표는 메달권"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 감독은 "처음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갈 때는 처음에 선수들한테 `어디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알게 되면 서로 목표의식이 같아지는 시점이 오는데 그때 처음 내세운 것이 16강 진출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선택의 여지가 적지만 그래도 선수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함께 느낄 때 목표를 어디까지 세울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우승과 올림픽 메달권이라는 목표가 단순한 욕심만은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2010. 7. 26 (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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