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의고사(스페인전)를 치른 선수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4년 전 가나와 최종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했던 아드보카트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특히 세계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스페인을 상대로 85분간 실점하지 않은 수비진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강팀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특히 중앙 수비수로 나섰던 조용형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침착하면서도 안정적이었다. 다만 딱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가 다른 선수들과 자주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수비라인을 지휘하는 모습이 TV에 비춰지지 않은 것이다.
감독이 된 뒤 경기를 볼 때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훈련이 잘 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척하면 척'이듯 서로의 뜻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중앙 수비수의 진가가 드러난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비시 팀의 균형을 잡아주는 일이다.
휘슬이 울려 경기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다. 측면에서 역습을 허용했을 때 누가 커버플레이를 해야하는지,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야 할지, 내려야 할지 쉴 새 없이 떠들어야 한다.
조용한 조용형이 걱정되는 것은 과거 그가 겪은 아픔 때문이다. 2005년 8월 첫 A대표팀에 소집됐던 그는 데뷔전을 치르기까지 무려 29개월이 걸렸다.
당시 그를 부르고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던 핌 베어백 감독은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말 없는 중앙수비수는 기용할 수 없다”며 그를 돌려보냈다. 조용형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수비진을 이끌기를 바란다.
빠르고 탄탄한 조직력이 장기인 허정무팀은 B조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치를 것이다.
고전하는 쪽은 그들일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남미팀에는 쉽게 지지 않았다. 그간 월드컵에서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은 체격조건이 좋은 유럽선수들이었다.
이번에는 그리스가 그럴 것이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은 그리스전에 달려있다. 조용형이 이끄는 수비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