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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라이프] 홍명보 “공 떠나는 순간, 4강보단… 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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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77회 작성일 18-10-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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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가 2010년 월드컵의 해를 맞이해 ‘월드컵&라이프’코너를 신설한다. 한국축구가 참가한 역대 6차례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스타들 뿐 아니라 월드컵대표팀에 참여했던 관계자들로부터 당시 추억과 감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 등을 전해줄 예정이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FIFA 월드컵 브론즈 볼을 소유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위에 오른 뒤 홍 감독은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 3위에 오르며 브론즈 볼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홍 감독의 집에는 브론즈 볼과 함께 소중하게 보관된 것이 또 하나 있다. 캡틴을 의미하는 영어 스펠링 ‘C’자가 새겨진 주장 완장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자신이 팔뚝에 부착했던 물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애착이 간단다.

홍 감독은 지금도 간혹 브론즈 볼과 주장 완장을 보며 2002년의 추억을 되새긴다. 그는 선수와 코치로 월드컵을 경험한 유일한 한국인으로 남아 있다.

조민국 선배 부상… 하늘이 준 출전기회
●겁 없는 대학생의 첫 월드컵

홍 감독은 고려대 재학 시절이 첫 번째 월드컵을 경험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그는 주전 수비수 조민국의 부상으로 후보에서 주전으로 도약했고, 월드컵 본선까지 베스트11에 포함돼 출격했다.

“첫 월드컵이었지만 특별히 긴장되지 않았어요. 현지에 도착해서 개막전을 TV로 봤는데 그 때 월드컵에 나간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첫 경기에 들어가면서도 특별히 긴장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홍 감독은 회상했다. 한국 축구에게는 세계의 벽이 여전히 높았다. 한국은 내리 3연패를 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크게 실망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3패를 하고 나니 허탈감만 남더라고요.”

무더위 덕… 스페인·독일과 대등한 경기
●운이 좋았던 미국 월드컵

미국월드컵 대회 이야기를 꺼내자 홍 감독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회가 열린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됐어요”라고 했다.

미국의 더운 날씨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이 아닌 곳에서 경기를 했던 것이 한국이 강호들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것이었다.

홍 감독은 “날씨가 우리를 도왔죠”라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당시 한국은 스페인과 극적으로 2-2로 비겼다. 독일과는 2-3으로 패했지만 후반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값진 성과였다. 그는 친구 황선홍 부산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선홍이와 한 방을 썼는데 수비수인 내가 먼저 골을 넣어 미안한 감정이 들었어요. 하지만 독일전에서 선홍이가 골을 넣어 나도 기분 좋았죠.”

네덜란드 0-5패…세계의 벽 비로소 실감
●악몽 같은 프랑스 월드컵

홍 감독에게는 여전히 잊지 못할 경기가 바로 98년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당한 0-5 패배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였다”라고 표현했다.

이전 2차례 월드컵을 통해서도 한국 축구가 넘지 못할 벽 같은 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어느 정도 받았지만 특히 98년 월드컵 네덜란드전 직후가 제일 심했다고 했다. “초반 20분을 잘 넘겼는데 내리 5골을 허용했어요. 실질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는데 상대팀은 중요한 포인트마다 집중력을 살려 득점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았어요.”

4강행 마지막 키커, 그 부담감이란…
●환한 웃음을 짓게 한 2002년

홍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이전 3번의 월드컵보다 더 강한 중압감을 느꼈다고 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목표인 16강에 들지 못할 경우 쏟아질 비난 등을 생각하니 부담감이 상상이상으로 다가왔다. 홍 감독은 “모두들 16강을 바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부담이 심했던 것 같아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폴란드전에서 승리한 한국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강호들을 연파했다. 그리고 대망의 8강전에서 한국은 홍명보의 마지막 승부차기 골로 4강 진출의 기적을 연출했다.

“내가 마지막 키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모두가 차고 싶지 않아할 만큼 부담스러운 순서죠. 킥이 성공되는 순간 4강에 올랐다는 것보다 순간적인 강한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에 환하게 웃은 것 같기도 해요”라며 홍 감독은 당시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선수에서 코치로… 원정 첫 승에 만족
●운도 필요하다는 걸 배운 2006년

2006년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일원으로 독일월드컵에 나섰다. 한국은 토고를 2-1로 제압하고 프랑스와 1-1로 비기는 등 출발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스위스에게 0-2로 패하며 결국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홍 감독은 독일월드컵을 통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사실 출발이 좋았는데 프랑스가 스위스랑 비겼던 것이 오히려 우리에겐 독이 됐다”고 했다.

스위스가 프랑스를 꺾었더라면 한국은 16강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했다. “한국이 강호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조1위로 16강에 오르긴 쉽지 않아요. 때문에 강호 한 팀이 3승을 거두고 나머지 한 자리를 다투는 상황이 됐더라면 오히려 우리가 16강에 갈 수도 있었죠. 그래서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후배들 경험 풍부…“이번엔 16강 믿는다”
●기대의 2010년

홍 감독은 20년 만에 월드컵을 팀원이 아닌 입장에서 보게 됐다. 그가 98년 강한 인상을 받았던 이동국, 올림픽 대표팀에서 직접 지도했던 박주영 등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듯 했다.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홍 감독은 “90분 경기를 하다보면 분명히 어려운 시점이 있는데 그 때 개인의 힘이 아닌 조직적인 플레이가 더 필요해요. 위기를 잘 넘기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했다.

“대표팀이 지난 2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고, 유럽 무대에서 뛰며 다양한 경험을 한 선수들이 늘어나 이전보다 대표팀 전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선배들이 이루지 못했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해주길 기원하며 응원할 계획”이라고 그는 후배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아일보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 2010. 1. 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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