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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FRICA 2010] [홍명보의 '남아공 메일'] '이번 월드컵은 아르헨티나戰부터'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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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17회 작성일 18-10-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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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2002년 월드컵에서 첫 상대인 폴란드를 2대0으로 이긴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월드컵 출전 네 번 만에 처음 맛본 승리의 기쁨에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와 경기 장면을 보고 또 보고, 뉴스를 통해 온 나라가 붉게 물든 장면을 보고 또 봤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밤을 꼬박 새운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12일 이곳 남아공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완벽하게 제압한 대표팀 후배들도 8년 전의 나처럼 벅찬 가슴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1차전에 다소 긴장했던 선수들은 더 큰 자신감으로 다음 경기에 나설 것이다. 이날 월드컵이라는 세계최고의 무대에 선 후배들은 겁이 없었다. 플레이는 자신감이 넘쳤고 체격이 훨씬 큰 그리스 선수들을 오히려 거센 압박으로 몰아붙였다. 이들에게선 유럽선수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었고 공을 잡으면 우왕좌왕했던 축구변방의 굴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제골을 넣고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돌진하는 한국팀의 조직력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날 한국팀이 완승을 할 수 있게 한 최대 비결을 나는 한국의 수비에서 찾고 싶다. 중앙 수비를 맡은 조용형과 이정수는 그리스의 장신 공격수들을 꽁꽁 잠갔다. 특히 이정수는 첫 골까지 넣으며 자신의 몫을 200% 해냈다. 골키퍼 정성룡은 경기 시작 전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경기 초반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곧바로 제 컨디션을 찾으며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리고 쐐기골을 넣은 주장 박지성의 활약은 한국팀의 '심장'이라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16강에 오르기 위해 1차전 승리는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아직 두 경기가 더 남았다.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번 월드컵은 17일 아르헨티나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를 꺾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무승부로 승점 1점을 보탤 수 있도록 도전해야 한다. 이미 그리스전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아르헨티나와도 멋진 승부를 펼칠 것으로 나는 믿는다.

16강에 오르고 싶다면 1차전 승리로는 충분하지 않다.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축구 강호들이 싸우는 밀림의 정글이다.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승부가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은 1차전(토고 상대 2대1 승리)과 2차전(프랑스 상대 1대1 무승부)에서 승점 4점을 챙겼지만, 마지막 스위스전에 0대2로 져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아공의 승부는 지금부터다.

조선일보 / 2010. 6. 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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