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거짓말 같았던 하루였다. 전라북도 정읍의 시골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꿈같은 하루였다.
3일 서울의 목동 운동장.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설렘과 웃음은 얼지 않았다. 정읍에서 홍명보 감독을 만나러 올라온 유소년 축구팀 '리더스 유나이티드' 소속 80여 명의 어린 축구선수들은 거짓말 같은 하루를 마음껏 즐겼고 환하게 웃었다.
'리더스 유나이티드' 축구단은 이야기가 있는 팀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방황하는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편부모 자녀, 결손가정의 자녀, 새터민 등이 모여 만든 클럽이 축구대회에 나갔고 좋은 성적을 거두자 이들 앞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SK텔레콤이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3일 SK텔레콤이 펼치고 있는 드림풋볼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골 아이들은 꿈에 그리던 홍명보 감독을 만나게 됐다. 이들은 홍명보 장학재단과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홍명보 장학재단과 함께 하는 드림 클리닉이 열리기 전 김명철 리더스 유나이티드 감독을 만났다. 김명철 감독은 "정읍에는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번에 좀처럼 접하기 힘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명철 감독의 말에 따르면 서울에 오기 전날 아이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밤새 잠을 설쳤다고 한다. 너무 기대돼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밤에 전화를 한 아이도 있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은 많이 흥분한 상태였고, 고등학생 형들도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리더스 유나이티드의 주장 현선종(18) 앞에는 실감나지 않는 거짓말 같은 하루가 펼쳐지고 있었다. 꿈에서나 그려봤을까. 슈퍼스타 홍명보를 직접 만난다는 생각에, 대기업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현실에 현선종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현선종은 "너무나 신난다.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홍명보 감독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정읍 시골에서는 이런 것 상상도 못해본다. 아직도 설렌다. 처음에는 코치님도 안 믿었다. 학교 친구들은 아직도 안 믿고 있다. TV나 뉴스에 나가는 것을 보면 그제서야 친구들이 믿을 것 같다"며 거짓말 같은 하루에 푹 빠져 있었다.
현선종은 홍명보 감독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단다. 현선종은 "2002년 월드컵 8강에서 마지막 승부차기를 넣어 4강에 올라간 것과, 감독으로서 U-20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것 중 어떤 것이 더 기쁜가"라고.
정답은 취재진들이 바로 알려줬다. 홍명보 감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U-20 8강에 오른 것이 더 기쁘다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선종은 "내가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라고 안타까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홍명보 감독이 등장하고 축구 클리닉이 시작됐다. 홍명보 감독이 등장하자 80명 아이들의 얼굴은 순정 만화의 주인공 같았다. 해맑고, 촉촉한 눈망울로 홍명보 감독을 바라봤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다. 한 아이는 "TV로 볼 때보다 더욱 멋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과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홍명보 감독이 직접 지도해주는 꿈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아이들을 정성스레 돌봤다. 1시간30분은 그렇게 너무나 빨리 흘러갔다.
클리닉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홍명보 감독 곁을 떠나지 못했다.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려 홍명보 감독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거짓말 같은 하루는 거짓말처럼 빨리 지나갔다. 아쉬웠지만 홍명보 감독과 정읍의 시골 아이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이들과 하루 즐겁게 놀았다.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희망을 가지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홍명보 감독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슴에 듬뿍 담은 아이들은 아쉬운 발걸음으로 정읍으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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