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선수 키워 더 큰 보람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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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435회 작성일 18-10-17 18:17본문
“청소년대표팀(U-20) 훈련에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모인 건 아마 처음일 거예요.”
3월3일 오후 경기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있었던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취재진이 모여들자, 청소년대표팀의 미디어 담당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인대표팀도 아닌 청소년대표팀에 미디어의 관심이 쏠린 까닭은 순전히 ‘홍명보 효과’ 때문이다. 청소년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은 3월25일부터 이집트에서 열리는 이집트 3개국 친선대회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3월2일 청소년대표팀을 소집했다. 연일 오전과 오후 훈련을 반복하며 어린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홍 감독은 그새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 부르고 있었다.
훈련할 때 보니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더라. 훈련 시작한 지 이틀밖에 안 돼 28명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익히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름을 모두 외우는 데 하루하고 반나절이 걸렸다. 사진과 이름을 대조하고 선수들의 특징을 기억하면서 보고 또 봤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선수들은 감독이 이름을 불러줄 때 묘한 감동을 느낀다. 그래서 선수들을 소집해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는 척하며 이름을 불러줬더니 굉장히 놀라더라. 선수들도 나를 처음 만나기 전 긴장했듯, 나 또한 선수들을 만나러 갈 때 많이 떨렸다. 설레기도 하고.”
올림픽대표팀도 아니고 성인대표팀도 아닌,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 자리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청소년대표팀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가장 중요한 선수들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수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자 귀중한 경험일 수 있다. 지금의 청소년대표팀에서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로 성장할 선수가 나온다면 더 큰 보람을 맛볼 것이다. 올림픽이나 성인대표팀의 기반이 될 선수들을 직접 지도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나는 대학 때 청소년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당시에는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을 만나는 일이 선수들에게 설렘이 반이라면 부담과 긴장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유명 선수 출신이 감독이란 사실 자체가 상반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좋은 점이라면 내가 지시하고 강조하는 부분들이 다른 지도자보다 훨씬 빨리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반면 감독이 유명 선수 출신이라면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지 않는다. 가벼운 패스 정도는 하지만, 볼을 어떻게 차야 한다든지 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박성화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감독 생활을 한 지 며칠밖에 안 됐지만, 코치와 감독 자리의 차이점을 느낀 적이 있나.
“아무래도 결정하는 부분이 다르다. 내 생각과 판단에 따라 대표팀이 세모도 되고 네모도 될 수 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일하는 코치들에게 정색하고 부탁한 게 있다. 나에게 듣기 좋은 말, 기분 좋은 말은 필요 없으니 설령 내가 불쾌해할지라도 직언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대표팀의 홍명보 감독(가운데)이 3월2일 날카로운 눈매로 첫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코치진이 가히 ‘드림팀’이라 불릴 만하다. 지도자 자격증 취득 문제로 일단 기술분석관으로 일하는 서정원 코치, 그리고 김태영 코치와 귀화 선수 출신인 신의손을 골키퍼 코치로 불러들였다. 코치 선임 기준은 무엇이었나.
“첫째, 나의 단점을 보완해줄 코치들이 필요했다. 내가 수비수 출신이라 공격수 쪽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코치가 절실했고, 서정원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김태영 코치와는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해 서로를 잘 알고 있는 터라, 지도자 경험은 많지 않지만 어린 선수들을 카리스마 있게 리드해나갈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신의손 코치는 실력은 물론 인격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대에 용병 출신이라는 사실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판단했다.”
“조동현 전임 감독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여전히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그분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 그리고 나로 인해 그분이 그만두게 됐다는 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성남 일화와 울산 현대의 감독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 접촉이 있었나. 있었다면 프로팀 사령탑 자리에 매력을 느꼈을 법한데, 고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위에 거론된 두 팀과는 전혀 접촉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두 팀 외에 다른 프로팀과는 접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미 보도됐지만, 일본 J리그에서 어마어마한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다. 파격적인 조건이라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한국 축구에서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이 주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일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만일 개인적인 욕심만 채우려 했다면 J리그나 K리그 팀을 맡았을 것이다.”
선수 시절부터 큰 위기 없이 여기까지 왔다. 코치 시절의 성적은 그 책임이 감독 몫이라 여론의 흔들기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결과에 따라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는데.
“9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의 결과만을 원했다면 청소년대표팀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좀더 긴 호흡을 갖고 팀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리라 믿는다. 물론 지금까지 잡초보다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왔지만 나름대로 아픔도 있었다. 감독은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언론을 통해 합리화하진 않을 것이다.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온전히 받을 자신이 있다.”
코치 생활 외에는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게 항상 ‘숙제’처럼 지적받는 부분이다.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진다면.
“언론에서 경험 운운하는데, 무엇이든 시작이 있어야 쌓이는 게 아닌가. 경험이 없다고 주위에서 맴돌기만 한다면 언제 커리어가 쌓이겠나. 앞으로 K리그 선수 차출 문제나 대표팀 소집 일정 등 풀어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흔들림 없는 지도자상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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