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영원한 리베로 벗고 명장 반열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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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36회 작성일 18-10-17 18:11본문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0)가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현역 시절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맹활약했던 그는 이제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영파워를 길러내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청소년월드컵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 축구계는 지난 3년간 올림픽대표팀 코치 생활을 통해 지도자 수업을 받은 홍명보 감독이 과연 어떤 색깔을 보이며 목표에 골인할지 관심 깊게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홍명보 감독의 선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이회택)는 지난달 19일 1차 회의를 통해 홍명보 전 대표팀 코치를 조동현 감독의 후임으로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9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이 7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홍 감독의 선임은 여러 가지 억측을 몰고 왔다.
우선 홍 감독이 지도자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는 2004년 현역은퇴 후 1년 뒤인 2005년 10월에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코치로 2006독일월드컵에 나섰던 홍 감독은 이후 핌 베어벡 전 감독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올림픽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 박성화 감독 아래에서 2008베이징올림픽 본선 기간 선수들을 이끌었다. 대표팀 지도자로 줄곧 감각을 쌓아 왔지만 짧은 기간이 문제였다.
◇ 억측 속에 취임 “혼을 바쳐 지도하겠다”
다른 일부에서는 올해 조중연 회장 체제로 바뀐 축구협회가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홍 감독에게 한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현 전 감독이 2007년 캐나다에서 열린 U-20 월드컵 본선에서 신영록(21·부르사스포르), 기성용(20), 이청용(21·이상 서울), 구자철(20·제주) 등을 앞세워 멋진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 12월 막을 내린 AFC U-20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일본에 3-0 완승을 거두는 등,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어 와 올해 이집트 대회에서도 성적을 기대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조 감독을 경질하고 큰 대회를 고작 7개월 앞두고 새 사령탑을 불러들인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여러 가지 억측 속에서 사령탑 제의를 받은 홍 감독은 수락 전까지 적잖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23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 자리에서 “청소년 팀 감독 제의를 받은 것은 기술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이었다. (제의수락 전)고민했던 부분은 이 시점에서 이것(감독직)을 맡아야 하느냐 였고, 만약 팀을 이끌더라도 코칭스태프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도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던 현역 시절처럼 열정을 다해 후배들을 가르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홍 감독은 “(청소년팀 감독직 수락은)다시 한 번 한국축구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도자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지난 3년간 훌륭한 감독들 밑에서 코치생활을 통해 많은 점을 배웠다. 어린 선수들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이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장차 이들이 한국축구의 미래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 “네덜란드 아닌 이탈리아식 축구로”
‘홍명보 축구’는 어떤 색깔을 띨까.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02한일월드컵 이후 이어진 한국의 네덜란드식 토털사커가 아닌 이탈리아식 공격축구를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공수에 걸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직력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간결한 공격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식의 축구다”고 답했다.
이탈리아 축구는 ‘카데나치오(빗장수비)’로 불리며 수비축구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홍 감독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 축구는 수비적이라고 말하지만 (이탈리아 축구는)공격 상황에서 최소 5명 이상이 가담하며 강팀과 만날수록 공격 성향이 더욱 짙어진다”며 “지속적인 공격으로 상대에게 공격 타이밍을 뺏기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고 지향점을 분명히 밝혔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뒤 한국축구는 체력과 압박에 승부를 걸고 국제무대에 나섰다. 하지만 히딩크 시대 후 네덜란드식 토털사커는 점점 그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채 어중간한 형태로 남아 있다.
아드보카트와 베어벡 감독 아래에서 네덜란드 축구를 경험하고 지도했던 홍 감독은 그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보필한 감독들의 장단점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며 그동안 희석됐던 한국축구의 색깔에 새로운 옷을 입히겠다는 복안이다.
선수 선발에 대한 분명한 입장도 나타냈다. 기본적으로 강조되는 팀에 대한 헌신 외에도 ‘영리한 선수를 뽑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랜 기간 강조되어 온 정신력만으로는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1990이탈리아월드컵 이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선 홍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생각하는 축구’는 홍 감독 외에도 전임 감독들도 수차례 강조했던 대목이었지만, 홍 감독은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한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도자에게 자유로울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지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직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 단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 그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임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 현역 시절 형과 같은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옆집 아저씨 같이 선수들을 대하겠다”고 분명한 책임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에게 이번 청소년팀 사령탑은 자신의 축구인생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7개월 앞으로 다가온 U-20월드컵 본선 출전 후 그는 2012런던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길 공산이 크다. 올림픽 후 1년 뒤 치러지는 U-20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이 대부분 다음 올림픽 주전으로 활약해왔던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홍 감독은 이를 위해 그동안 스타선수 출신 감독에게 따라 다니곤 했던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축구계의 격언을 우선 깨야 한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그런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어왔고 현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나도 이제 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떤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만 있다면 자신 있게 팀을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감독이 되면 좋지만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많은 선배들의 말처럼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내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금 런던올림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다. 그때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며, 내가 어떤 위치에 서게 될지도 아직 모른다. 지금은 청소년 팀에 모든 힘을 쏟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다”고 속단을 경계하기도 했다.
◇ 런던으로 가는 첫 걸음
홍명보 감독 자신은 런던올림픽에 대해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그가 런던으로 가는 길의 출발선에 섰다는 것은 축구관계자들과 팬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이제는 그가 현역 시절 보여줬던 역량을 지도자의 위치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젊은 감독으로 팀을 이끄는 일은 한국에서 누구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홍 감독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영욕과 함께 해왔던 그의 눈빛과 표정은 자신감과 함께 굳은 의지로 충만하다. 사령탑으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 홍명보 감독이 최종 행선지인 런던까지 순탄히 도달할 수 있을지 한국 축구계는 그의 행보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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