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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홍명보 “선수들과 눈높이 맞추니 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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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416회 작성일 18-10-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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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다. 무뚝뚝하다.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20세 이하(U-20)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영원한 캡틴’ 홍명보(40)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하지만 그건 현역 때 얘기다. 지금은 아니다.

U-20 대표팀 주장 홍정호(조선대)는 “처음엔 엄청 무서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를 너무 편하게 해줍니다. 심지어 웃기기까지 해요”라고 말했다. 들어보니 별로 웃기지도 않는 얘기였지만 선수들은 ‘하늘 같은’ 감독님이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하는 썰렁한 농담에 함께 웃으며 긴장을 푼다.

홍 감독은 2월 19일 지휘봉을 잡았다.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다. 선수와 코치로는 화려한 경력을 쌓았지만 감독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일 처음 출전한 이집트 3개국 초청대회에서 우승하며 멋지게 출발했다.

유럽 강호 체코와 2-2로 비겼고, 이집트를 4-1로 꺾으며 정상을 밟았다. 9월 U-20 월드컵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이어지는 팀을 맡긴 건 특혜라는 싸늘한 여론도 일단 잦아들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지만 어깨에 힘을 빼고,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춘 게 성공 비결이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이렇게 쉬운 걸 왜 못하느냐’는 감독의 눈빛을 선수들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홍명보는 감독에 오르며 다짐한 게 있다. 절대 선수들 앞에서 시범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물론 난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시범한다고 선수들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수하더라도 직접 해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경기 중에는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는다.

홍정호는 “잘못된 것은 나중에 차근차근 설명해 주신다. 경기 땐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금만 실수를 해도 불호령이 떨어지고 선수들은 흘끔흘끔 감독 눈치나 보는 건 홍 감독이 선수 때부터 질색했던 일이다.

경기 다음 날 아침 식사는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에 각자 알아서 먹으라고 자유를 줬다. 군대식 문화에 익숙한 선수들에게는 ‘두발 자율화’만큼이나 파격적인 조치였다.

홍 감독은 “경기 다음 날 여유를 주는 게 컨디션 회복에 더 좋다. 선수들은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선수들을 신뢰했다. 이상하게도 풀어줄수록 선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훈련과 경기에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코칭스태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홍 감독은 김태영 코치에게 수비를, 서정원 전력분석관에게 공격을 맡겼다. 김 코치는 “나를 신뢰한다는 게 분명히 느껴진다. 절대 예스맨이 되지 말고, 노라고 말하며 고민거리를 던져 달라는 게 홍 감독이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코치들 위에 군림하기 싫다. 힘들 때 서로 기댈 수 있는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게 홍 감독의 뜻이다.

홍명보는 21세이던 1990년 처음 출전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3경기 풀타임 출전하며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감독으로서 제2의 축구 인생을 연 그는 이번에도 출발부터 노련하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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