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리베로'의 감독 취임 일성은 거침이 없었다. 때로는 부드러움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감독으로서 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게 설명했다.
23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U-20(20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홍명보(40) 신임 감독이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축구에 봉사할 기회"
홍명보 감독은 "지난 연말 여러 클럽팀에서 좋은 제의를 받았지만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다"라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한 뒤 "청소년대표팀 감독 제의가 왔을 때 한국 축구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축구협회의 '2009년 1차 기술위원회'에서 기술위원들의 만장일치로 U-20(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 경험만 있다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동안 코치하면서 훌륭한 감독 밑에서 팀을 만들었다"라며 세간에서 지적한 '경험 부족'에 대해 일축했다.
성인이 아닌 청소년대표팀인 만큼 박지성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는 것이 꿈이라는 홍 감독은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박성화 등을 감독으로 모시고 코치 생활을 하면서 겪은 지도자들의 장점을 토대로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접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코칭스태프는 구상을 마친 상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수비라인을 구성했던 김태영 관동대학교 코치를 비롯해 1994년 미국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날쌘돌이' 서정원을 코치로 합류시킬 예정이다.
김태영을 이미 대표팀 코치에 선임한 데 비해 서정원은 대한축구협회가 공인하는 A-라이센스가 없어 합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 원칙과 제도를 지켜야 하지만 서정원이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고 유럽에서 자기 관리를 잘해 칭찬받았다. 축구협회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 만들겠다."
선수 구성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섰던 선수들 이외에도 대학이나 프로에서 뛰고 있는 잠재력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 포함해 선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직력'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홍명보 감독은 "공수 폭을 좁게 만드는 컴팩트 축구를 하겠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 축구를 선호한다. 공격에 최소한 다섯 명이 참가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고 상대가 공격할 타이밍을 줄 수 없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옆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홍 감독은 "선수를 존중하고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내가 다 책임지겠다. 감독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라고 여유로움을 과시했다. 또한, 스타 출신 선수가 명 감독이 되기 힘들다는 속설에 대해서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중요하다"라며 결과를 하늘에 맡기겠다는 '운명론'을 꺼내들었다.
K리그와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해야 할 터, 홍 감독은 "선수들이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쌓길 바란다"라며 "경기가 없을 때 협조받아서 훈련을 하겠다"라고 효과적인 대표팀 운영 계획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