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이상헌 기자= "모두들! 자신이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냐!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알아서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냐고!“
마치 만화 ‘슬램덩크’에 나올 법한 이 말은 홍명보가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활약할 당시, 무기력한 팀 동료들에게 외친 말이었다.
홍명보를 비롯해 황선홍, 유상철, 안정환 등 J리그에 진출했던 한국 최고 축구스타들의 통역을 담당했던 다카하시 켄토 씨가 자신의 추억담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www.kfa.or.kr)를 통해 털어놨다.
1997년 홍명보가 J리그 벨마레 히라츠카로 이적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통역 일을 시작한 다카하시 씨는 이후 황선홍과 유상철, 안정환 등의 통역을 맡으며 한국 선수들과 구단 및 일본 스태프, 선수들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서두에 언급한 홍명보의 말은 다카하시 씨가 통역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추억으로 꼽는 장면. 1999년 나비스코컵 준결승전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2차전에서 가시와는 원정 1차전을 3-1로 꺾고 기세가 올랐다. 그러나 홈에서의 2차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면서 최악의 분위기로 라커룸으로 향한 상황이었다.
KFA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카하시 씨는 “라커룸에 돌아온 선수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시 가시와를 이끌고 있던 니시노 아키라 감독조차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명보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한국어로 모두에게 기합을 넣는 거에요. 모두들! 자신이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냐!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알아서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냐고! 처음으로 명보가 팀 동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외친 순간이었다. 처음 J리그에 와서 벨마레에서 뛰던 시절에도 그런 모습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다카하시 씨는 “모두들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 팀 전체가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어서 니시노 감독이 전반전의 문제점들을 차근차근 지적했는데, 니시노 감독 또한 마지막에는 ‘명보가 말한 것처럼 모두들 스스로가 힘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 기세로 후반 그라운드에 뛰어든 선수들은 정말 말 그대로 '몸바쳐' 싸웠다. 그건 그야말로 '명보 효과'였다”라고 기억했다.
이밖에도 다카하시 씨는 KFA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한국축구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와 축구통역을 하게된 사연, 홍명보를 비롯해 황선홍, 유상철, 안정환 등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털어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