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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7 熱河日記(열하일기)’ ①- 홍명보 항저우 뤼청 감독
이름: 운영자


등록일: 2017-04-21 14:07
조회수: 735 / 추천수: 95
링크: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343&aid=0000070349

‘2017 熱河日記(열하일기)’
①- 홍명보 항저우 뤼청 감독

지금으로부터 약 240년 전, 연암 박지원 선생이 중국 여행 중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대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낸 연행록 ‘열하일기.’ <베스트 일레븐>이 240여 년 전 박지원 선생이 걸었던 중국 땅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두 곳을 찾아 2017년 판 열하일기를 작성했다. 박지원 선생이 중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중심으로 열하일기를 썼다면, <베스트 일레븐>은 중국 축구의 오늘과 내일을 알기 위해 두 명의 한국인 감독을 만났다. 먼저 방문한 곳은 박지원 선생이 밟았던 중국 열하 지역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항저우였다. 깨끗하고 고즈넉한 느낌의 항저우에선 중국 축구의 미래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중심에 홍명보 감독이 있었다.


▲ 2부리그 강등, 그럼에도 남은 홍명보

-. 중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사실 걱정스러웠다. 지난 시즌 중국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돼 걱정이 많았다. 실제로는 어땠는가?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구단에 시즌이 끝나기 전 미리 내 의사를 전달했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지만 (잔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구단에서 내 거취를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구단에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신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 경질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2부리그로 강등된 팀의 감독 아닌가? 중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하부리그로 강등된 팀의 감독이 살아남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더 그랬다. 그런데 구단이 내린 뜻밖의 결정에 조금 당황했다. 성적은 나빴으나, 선수 육성이란 측면에서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 선수 육성에 대해 항저우 구단이 만족을 표명한 부분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얘기해 줄 수 있는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우리 팀에서 뛰던 선수 세 명을 다른 구단에 팔았다. 세 명을 보내면서 얻은 이적료 수입이 한국 돈으로 약 300억 원이었다. 그중 가장 비싼 몸값을 받은 선수는 내가 오기 전엔 경기도 뛰지 못했던 친구다. 구단 측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나를 재신임한 듯하다.”

-. 300억 원이란 몸값이 책정됐다면 실력이 상당하단 얘기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을 모두 팔았으니, 올 시즌 팀 전력이 많이 떨어졌겠다. ‘셀링 구단’으로 유명한 항저우 처지에서는 반가운 일이었겠으나, 팀을 이끌고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달갑지 않았을 법하다.

“당연하다. 올 시즌 목표는 1부리그 승격이었다. 당연히 비싼 몸값으로 팔려간 그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한 명도 아니고 세 명 모두를 잃었으니 팀 전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1부리그 승격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 올 시즌에도 계속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성적이란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구단의 정책에 따르기로 했다.”

-. 팀을 떠난 세 명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1군에 20세 이하의 어린 선수가 10명이나 올라왔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가?

“올해 초에 결정된 일이다. 구단에서 팀 목표를 선수 육성에 두면서 한 가지를 제안했다. 20세 이하 선수 10명을 1군 스쿼드에 포함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2부리그 선수 등록 제한이 30명인데, 1/3을 20세 이하 선수들로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 얘기를 듣고 또 고민이 많았다. 앞서 언급했듯 감독은 결과를 내야 하는 자리 아닌가? 그런데 프로팀 스쿼드 세 명 중 한 명이 청소년이라니, 정말 걱정스러웠다. 더 걱정했던 건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면서 기존에 있던 10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1군 스쿼드에서 나가야 했다는 점이다. 그들로서는 상실감이 대단히 컸을 것이다. 그래서 임대 등의 방법으로 다른 팀에 보냈는데, 한 선수는 마지막 훈련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 선수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래도 구단의 정책 방향에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올 시즌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 그래도 1/3이 20세 이하라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구단에서는 용인해도 팬들까지 납득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 될 듯하다. 올 시즌은 20세 이하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까지 내야 한다. 구단에서는 자신들이 제안했으니 이해해줄지 몰라도 팬들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새로 합류한 어린 선수들 기량이 그나마 괜찮았다는 점이다. 올 시즌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이들을 각각 다섯 명씩 선발 출전시켰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요즘이다.”


▲ 중국 슈퍼리그의 미래, 분명 밝다

-. 항저우는 중국 내에서도 대표적 셀링 구단이자 미래 지향적 구단이다. 이곳에 있으면 중국 축구의 발전 과정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을 듯하다. 어떤가, 중국 축구.

“냉정하게 현시점에서 중국 프로축구의 수준은 두 갈래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은 유럽 빅 리그 못잖다. 그러나 광저우 헝다나 상하이 상강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프로팀들에서 뛰는 중국 선수들 수준은 아직 낮다. 그래서 1부리그나 2부리그 모두 누가 더 좋은 외국인 감독,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느냐에서 성적이 판가름난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중국 축구는 10~20년 전부터 새로운 선수가 등장하고, 기존 선수가 사라지는 선순환 구조가 사라졌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눈에 띌 정도다. 우리 팀만 봐도 그렇다. 발전하고 있다는 게 몸으로 느껴질 만큼 빠르다.”

-. 그렇다면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축구 굴기’의 가장 큰 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떤 면이 달라지고 있는지.

“선수 개개인이 갖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 중국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럴 만했다. 인기도 없고, 돈도 못 벌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인기가 높고, 연봉도 많이 받는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인식이 전환됐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 항저우 훈련을 지켜보면서 선수단을 지원하는 스태프가 상당히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칭스태프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지원스태프 숫자에 놀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가동될 때 지원스태프를 보는 듯했다. 이런 부분도 중국 축구 발전의 한 요소라고 봐도 되는가?

“그렇다. 나도 처음에 왔을 때 많이 놀랐다. 우리가 한 번 훈련할 때 움직이는 인원이 50명가량 된다. 선수단 30명, 코칭스태프 10명, 지원스태프 10명이다. 코칭스태프에는 나를 포함해 전문 코치만 8~9명이다. 각자 맡은 분야가 다 다르다. 지원스태프도 마찬가지다. 한국 프로팀의 경우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를 더해도 10명 안팎이다. 그런데 중국은 2부리그에 있는 팀의 스태프가 20명에 육박한다.”

-.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가 선수당 0.7명 수준이라니 놀랍다. 밀착 지도와 관리가 가능하지 싶다. 이런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보는지.

“물론이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우리 지원스태프 중 한국에서 함께 일했던 황인우 트레이너가 와 있다. 2015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소속으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전담 트레이너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항저우에 오자 구단에서는 곧바로 통역을 붙여줬다. 내 통역을 함께 쓰면 되지만 그러지 않았다. 좀 더 밀착하고 직접적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사소하고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모이고 쌓이면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도 빨리 세분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현장과 사무실을 연결할 수 있는 테크니컬 디렉터의 존재가 절실하다. 항저우에선 부사장이 그 역을 맡고 있는데, 축구 선수 출신이다 보니 현장의 고충을 잘 이해한다. 그런 역을 하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나도 그 사람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 현재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몸담았기에 3국의 차이를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설명해줄 수 있겠는가?

“한국은 재능, 일본은 인프라, 중국은 투자라고 요약할 수 있지 싶다. 세 나라 중 자기 나라 선수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당연히 한국이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재능은 훌륭하다. 그러나 리그 시스템을 포함한 축구 인프라는 일본이 가장 앞선다. 중국은 알다시피 최근 엄청난 투자로 발전을 시작했다. 세 나라 모두 각각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은 인프라와 투자의 강점으로 관중이 늘었다. 반면 한국은 좋은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관중이 줄고 있다.”


▲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홍명보

-. 항저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어떤가? 처음 항저우 감독직을 맡기로 했던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가? 사실 더 좋은 팀에서 제안도 많이 왔었지 않나.

“후회하지 않는다. 항저우를 선택하기 전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도 각각의 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는 수준의 팀들에서 제안이 왔었다. 그럼에도 거절했던 이유는 프로팀에서 얻고 싶은 게 우승으로 대표되는 성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축구인으로 살면서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한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지만, 보통 축구인들보다는 누리고 얻었던 게 많았다. 그래서 또다시 축구를 통해 성공하고 싶고, 그 성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다. 항저우를 택한 것도 그래서였다. 때문에 지금 이곳 생활에 만족한다. 그저 우리 선수들과 축구 하나만 생각하고 집중하면 되는 요즘이 행복하다.”

-. 그렇다면 지금까지 항저우에서 머물며 얻은 가장 큰 보람은 어떤 것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선수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앞서 임대 가는 한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그때 감독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보람을 느꼈다. 또 구단 정책에 맞게 어린 선수들을 잘 성장시키고 있다는 점도 뿌듯하다. 지난해 우리 팀에서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세 명이 뽑힌 적이 있다. 한꺼번에 세 명이 발탁된 거다.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일부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보내면서 300억 원이란 이적료 수입까지 기록했으니, 2부리그로 강등되긴 했어도 할 일은 했지 싶다.”

-. 한국에서도 그런 팀을 맡아 육성 위주의 지도력을 발휘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한국 축구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한국에서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내가 다시 한국에서 감독을 맡을 수 있겠는가?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만약 시간이 더 지나고 한국에서 다시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감독보다는 테크니컬 디렉터 같은 일을 해보고 싶다. 감독 곁에 머물며 감독이 정말 힘들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런 생각은 아주 가끔 한다.”

-.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때문인가? 그래도 다시 한 번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해야 할 때가 있을 것 같은데?

“브라질 월드컵 때 실패는 오롯이 나의 책임이다. 다른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변명일 뿐이다. 때문에 내가 지금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감독으로서 책임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에서 다시 감독으로 활약하는 건 생각한 적이 없다. 다만 감독 뒤에서 힘을 보태는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회가 생긴다면….”

-. 꼭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또 희망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항저우에서 지내는 홍명보의 삶은 행복한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축구인으로 남고 싶은가?

“행복하다. 진심이다. 비록 다른 나라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오직 축구만 생각하면 되니 정말 좋다. 다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하거나 정치적인 전화나 문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저 코칭스태프와 함께 내일 할 축구를 고민하고, 선수들과 땀 흘리는 일이 전부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남은 축구 인생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위해 헌신하며 살고 싶다. 앞에도 짧게 언급했지만 축구인으로 살며 참 많은 성공을 맛봤다. 그래서 또다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축구 가까이에 머물며, 축구를 위한 작은 일에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베스트일레븐 손병하 기자  2017.4.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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